<2>풍정사계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예로부터 물이 맑기로 유명한 충북 청주시 내수읍 풍정리에서 이한상 (유)화양 대표가 옹기 위에서 풍정사계를 들고 있다.

숙성에만 100일 이상
한 달에 한번 주문 가능
‘없어서 못먹는 술’로 유명

국산 쌀과 누룩만 사용해
숙취 없고 뒤끝 깨끗
다양한 개성 가진
지역 양조장 많아지길


예로부터 물이 맑기로 유명한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는 춘(약주), 하(과하주), 추(탁주), 동(증류식 소주) 사계절을 담은 전통주 ‘풍정사계 양조장’이 있다. 양조장이 위치한 풍정리는 단풍나무 우물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9회 막걸리의 날을 앞두고 가을이 농익어가는 풍정리에서 “내 누룩이 있어야 내 술을 빚을 수 있다”는 철학으로 직접 만든 누룩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는 이한상 (유)화양 대표를 만나봤다.

#전통 누룩 항온곡으로 빚은 막걸리

▲ 왼쪽부터 풍정사계 춘(약주), 하(과하주), 추(탁주), 동(증류식소주).

술이 담긴 옹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정사계 양조장에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옛 주택 집을 개조해 만든 양조장 입구에는 ‘풍정사계 춘(약주), 하(과하주), 추(탁주), 동(증류식 소주)’등 총 4가지 전통주를 빚는 방법과 용어, 역사 등을 설명하는 글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한상 대표는 10년 넘게 사진관을 운영해오다가 2006년 전통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술을 처음 빚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전통방식 그대로 물과 국내산 쌀, 그리고 복날 즈음에 직접 만든 누룩으로만 술을 빚는다. 그가 사용하는 누룩은 밀과 녹두가 들어간 ‘항온곡’으로 궁중에서 술을 만들 때 쓰던 전통 누룩이다.

이한상 대표는 “술은 물과 쌀, 누룩으로만 만드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룩”이라며 “내 누룩이 있어야 내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10년 넘게 누룩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의 추수와 수확의 기쁨을 담은 막걸리 ‘풍정사계 추’는 옹기에서 100일 동안 숙성을 한다. 막걸리 ‘풍정사계 추’는 특유의 꽃 향과 은은한 단맛을 풍겼다. 500ml 한 병 가격은 1만 5000원이다.

풍정사계는 없어서 못 먹는 술로도 유명하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에 일괄적으로 홈페이지에서만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풍정사계를 맛보고 싶다면 이날을 달력에 기록해둬야 한다.

#좋은 원료로 술의 품질 높여

풍정사계에서 가장 유명한 술은 맑은술 청주 ‘풍정사계 춘’이다. ‘풍정사계 춘’은 2017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 만찬용 술로 이름을 알렸다. 이한상 대표는 “당시 주문이 폭주해 3일 만에 술이 동이 났다. 이대로 가다간 기존에 거래하던 곳까지 물량을 못 맞출 것 같아서 네이버, 11번가 등 인터넷 판매를 중지했다”며 “이후 아직도 인터넷 거래는 못 하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주문을 받고 있다”고 멋쩍어했다.

이한상 대표는 아내와 함께 두 명의 노동력으로만 양조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풍정사계 ‘춘, 하, 추’ 모두 숙성하는 데만 100일 이상이 걸리고, 특히 증류식 소주인 ‘동’은 무려 2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깐깐하게 술을 빚는 이유는 술의 품질 때문이다. 이한상 대표는 “현재 막걸리 시장을 보면 오직 가격으로만 승부를 겨루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원료를 사용한 막걸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며 “막걸리 시장에서 ‘풍정사계 추’가 살아남기 위해선 좋은 품질에 문화적인 요소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 첨가물 없이 국내산 쌀과 전통 누룩으로만 만든 막걸리는 무엇보다 숙취가 없고 뒤끝이 깨끗하다”고 덧붙였다.

#막걸리 활성화를 위해선

그는 마지막으로 막걸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누룩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상 대표는 “누룩은 균이 복잡해 실체 규명이 어렵고 시장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현재 누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역 양조장들이 전통 누룩을 이용한 다양한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느 한 양조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영동 와인’처럼 한 지역 내에 특화된 지역 양조장이 늘어나는 등 문화 관광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한상 대표는 “풍정사계 보고 생산량을 늘리라고 하는데 생산량을 늘리려면 누룩으로 술을 빚을 수가 없다”며 “오히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지역 양조장이 마을에 더 많아져 ‘술 익는 마을’과 같이 문화적인 요소를 덧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청주시에 5개 정도 지역 양조장이 있는데 만약 양조장이 80개로 늘어나 각자의 누룩으로 다양한 전통주를 내놓는다면 이게 바로 전통주의 발전이 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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