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현장서는 올 파종 앞두고
계약물량 줄어 막막
“2018년산 재고 소진에만 몰두”
정부 대책 두고 볼멘소리 
2020년산 수매계획 주문


올가을 밀 파종을 앞두고 정부가 2018년산 국산밀 4000톤을 추가 수매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가들은 파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8년산 밀 4000톤을 추가 수매하기로 가닥을 잡고 16일까지 수매 신청을 받았다. 이번에 추진되는 2018년산 밀 4000톤의 수매가격은 지난 2017년산 밀 수매가격과 동일하게 ‘양호’ 3만9000원, ‘보통’ 3만5100원, ‘미흡’ 3만1200원이며 양호와 보통부터 우선적으로 매입한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밀 재고량은 약 1만1000~1만2000톤으로 예상되지만 재고 조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수매 신청 기간이 끝난 16일 이후 약 2주간 신청한 업체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품질 검사를 실시, 이번 달 안에 2018년산 4000톤 추가 수매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2019년산 밀 수매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밀 파종 당시 밀 재고 문제로 농가에서 2019년 산 밀 파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2019년산 밀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산 밀 생산량은 약 1만5000톤으로 평년보다 약 30%가량 줄었다.

하지만 재고 물량으로 인해 밀 농가들이 파종을 못 하는 악순환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북 김제 한 생산자단체에 따르면 “밀산업육성법 통과 이후 밀 농가들은 올해 계약 물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올 10월 파종만을 기다렸는데 오히려 계약 물량이 100톤에서 90톤으로 줄었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2018년산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밀 재고가 그대로 쌓여있으면 농가와 수매업체 간 계약이 이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에 재고 문제는 해결돼야 하는 부분이지만, 정부 수매 정책이 여전히 밀 생산 농가에까지 반영되진 못하는 건 사실”이라며 “작년 밀을 파종을 못 하고 보리로 돌려 올해 보리가 과잉되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올해도 밀 파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장 올가을 파종을 앞둔 농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부의 2020년산 밀 수매비축계획이다. 이에 2020년산 수매가격도 서둘러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산 밀 수매는 약 3000톤 수준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2020년산 수매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국산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 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추진, 2022년까지 밀 자급률 9.9%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지난해 말 35년 만에 밀 수매비축을 시행하며 100억원의 예산으로 2017년산 밀 1만톤 수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수매가격이 우리밀업체가 농가로부터 사들인 가격보다 낮게 책정돼 계획한 1만톤 수매비축량을 못 채우고 약 6000톤을 수매비축 하는 데 그친바 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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