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과잉생산으로 인해 지난 2016년~2019년까지 4년간 누적된 재정손실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재고 보관비를 포함해 생산 과잉된 쌀을 시중 유통가격으로 구입해 사료용으로 공급하는 데 사용된 비용이다.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서는 사전적 생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농식품부는 2018~2019년 2년간 한시적으로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논에 쌀 대신 콩 등 소득작물 재배 시 ha당 평균 34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 그러나 2018년 첫 해에는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5만ha를 목표로 추진했지만 신청면적은 3만962ha에 그쳤고, 준비 없이 참여했던 농가들의 실패사례가 속출하면서 ‘졸속행정’이라는 원성이 터졌다. 농식품부는 현장의 여론을 수렴, 추가적인 보완대책 마련에 나선다. 그 결과 2년차인 올해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전환 중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감축되긴 했지만 내년에도 2만ha, 550억원을 확보해 사업은 지속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 17일 김인중 식량정책관을 만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김인중 식량정책관은 23일자로 농촌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쌀 생산량 17만톤 감축
시장격리보다 예산 적게 소요 
재정절감 효과 3700억 거둔 셈

전액삭감 위기 속 예산 축소
내년 목표 2만ha로 조정됐지만
단지화 조성 등 집중 지원할 것

참여농가 벼 재배 회귀 않도록
농기계·배수개선·농가교육까지
안정감 있게 지속적 지원 필요

군납 밀가루 전량 국산화 등
국산 잡곡 수요처 확보도 힘써
농가들의 적극적 참여 당부

▲ 김인중 국장은 “쌀 수급균형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사전적 생산 조정이 중요하다”면서 “내년에도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단지화 조성사업과 연계해 정부 사업을 패키지로 집중 지원, 성과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의 추진 경과와 주요 성과에 대해 말씀해 달라.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쌀값 회복은 어렵다. 재고보관비 등 쌀 과잉생산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손실도 큰 문제였다. 농가가 쌀 대신 콩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절실했다. 특히 생산조정은 시장격리보다 적은 예산으로 수급 안정이 가능하고, 콩이나 조사료 등의 자급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올해 논 타작물 재배 신청면적은 3만3000ha로, 쌀 생산량으로 따지면 약 17만톤 정도가 줄었다. 17만톤을 시장격리하는 데는 4799억원, 생산조정에는 1122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생산조정 덕분에 재고보관비 등 약 3700억 원 정도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둔 셈이다.”

-내년도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당초 825억원에서 550억원으로 275억원이 깎였는데.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은 원래 2018-2019년 2년간 한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사업이다. 처음부터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했고, 내년 예산의 경우 전액 삭감 위기도 있었다. 물론 내년부터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 논밭 직불금이 동일해지면서 쌀 생산유인이 감소하고 수급불균형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생산조정제가 동시에 추진되면 신속한 수급균형 달성과 직불제 개편에 따른 시장혼란 방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농민들이 쌀 이외 작물생산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판로 개척 등을 추진하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안정감 있는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예산 감축으로 목표치가 2만ha로 조정됐지만, 단지화 조성과 정부사업을 패키지로 집중 지원해 성과를 제고하도록 하겠다.”

-밭식량작물 전문 단지화사업 등 지원방식 전환을 추진 중인 이유는.

“지난해 첫 사업을 시작하면서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사업 신청률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들이 ‘쌀 생산조정 T/F'를 구성, 19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농가가 안심하고 타 작물로 전환·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낮은 기계화율과 배수 및 관수 등 취약한 생산기반, 타 작물 재배기술의 부족, 판로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생산조정제에 참여한 농가들이 이후에도 벼 재배로 회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타 작물을 재배하려면 경쟁력을 갖춘 전문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논 타작물 단지화 목표와 내년도 추진계획은.

“논 타작물 단지화는 2022년까지 콩·밀·옥수수·감자·고구마 등 주요 품목. 우량농지 대상으로 50ha 규모, 400개소 내외를 선정해 총 2만ha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90여개소 4500ha를 조성할 계획이다.”

-배수로 개선 등의 생산기반 정비와 밭작물 기계화는 어떻게 추진되나.

“배수로 개선 등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추진하는 수리시설 개보수 및 유지관리사업과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배수개선사업을 통해 우선 단지화 추진지역에 대한 배수로 등을 정비해서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밭작물 기계화는 기존 들녘경영체육성사업을 개편해 타작물 단지화에 필요한 농기계를 우선 지원하고 있으며, 주산지일관기계화사업과 농기계은행 등을 통해 부족한 농기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판로 확보는 어떻게 지원할 예정인지.

“논에 재배한 콩·팥·녹두는 전량 정부가 aT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매, 판로 및 소득안정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들녘경영체육성사업을 통해 각 작목별로 선별·건조·저장·가공 등 수확 후 관리시설과 유통활성화 자금을 지원해서 판로를 확보해 나가도록 하겠다.”

-국산잡곡 소비촉진을 위해 따로 준비 중인 대책은 없나.

“현재 국산 잡곡의 군대 납품과 학교급식이 확대되도록 국방부 및 교육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국산밀의 경우 올해까지는 군 장병이 먹는 밀가루, 튀김가루는 전부 수입산 밀로 만든 제품이었는데 국방부와의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군납 밀가루·튀김가루는 전량 국산으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농가는 매년 약 1200톤 내외의 밀 신수요처를 찾게 됐다. 또한 민간 차원의 대규모·안정적 수요처 확보를 위해 기업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산 밀은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약 3~4배 높아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에 국산 밀을 쓰지 않던 기업들이 우리밀을 쓸 수 있도록 R&D 지원, 정부밀 저가 방출 등을 시행해 국산 밀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재배기술 컨설팅이나 작부체계 개발에 대한 요구도 높다.

“들녘경영체에 지원하는 교육·컨설팅을 통해 논 타작물 재배기술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100개소에서 내년에는 146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통해 논콩 재배기술 기본과정과 전문가과정을 신설, 단지화 추진 경영체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교육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논콩 재배에 필요한 기술을 확산하고, 농가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 작부체계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보급하고 있는 지역별 벼 대체작물 주요 작부체계 모형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지자체나 농업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쌀 수급과 밭식량작물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단지화가 필요하므로, 각 지자체에서는 배수여건 등이 양호한 지역 등을 적극 발굴해 단지화를 추진해 주시길 바란다. 농업인들께서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타작물 재배에 필요한 농기계, 배수시설 개선, 농가 교육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있으므로 논 타작물 재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단지화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끝>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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