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12일 찾은 이천 백사면의 시설채소단지에선 정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농가들은 현재 채소 가격이 매우 낮지만 이날 정식한 물량이 수확되는 시점엔 소비와 시세가 반등하길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 꽁꽁
외식·식자재시장 전멸한 듯
4월 총선·윤달도 소비 ‘발목’

평년 시세 한참 못미치지만
민감수급품목 아닌 탓에
정부나 지자체도 관심 밖


“봄이 올까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2일 찾은 경기 이천시 백사면의 시설채소단지. 보통 상추, 얼갈이, 로메인, 치커리, 부추 등의 쌈채류를 위주로 한 시설채소는 봄철로 접어들며 소비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입춘이 지나면 졸업·입학 시즌과 봄철 나들이, 행사 수요 등으로 설 대목 이후 축 처졌던 소비와 시세가 봄바람과 함께 상승 흐름을 타는 것. 하지만 이날 시설채소단지에서 만난 농가들은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춘래불사춘)’는 옛말처럼 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120여 시설채소 농가가 모인 이천백사시설채소연합회의 최학현 회장은 “올해엔 설이 일렀고, 그 여파에서 이제 벗어나 소비와 시세가 회복할 시점인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오히려 소비와 시세가 더 떨어지고 있다”며 “우리 같은 시설채소 농가들은 인력과 시설 유지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많아 소비와 시세 침체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치커리 같은 경우 평년 도매 시세론 지금 2kg에 3000~4000원, 상추는 4kg에 1만2000~1만3000원은 나가줘야 하는데 터무니없는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며 “특히 외식, 식자재 쪽 시장이 전멸한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2월 중순 현재 서울 가락시장에서 적상추 4kg 상품은 8000원 내외, 중품은 6000원 내외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14일 시세는 각각 8003원, 5758원이었다. 치커리도 2kg 상품에 1700원, 중품에 1200원 내외로 평년가를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채소류 시장 전체로 봐도 14일 채소 표준지수가 평년 100p기준 87.13으로 평년의 80~90% 선에 그치고 있다.

시설채소 농가가 더 우려하는 건 ‘앞으로’에 있다. 4·15 총선, 4월 윤달 등 소비에 발목을 잡을 요소들이 봄철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코로나도 그렇지만 우리가 더 우려하는 건 총선”이라며 “보통 봄철엔 소비가 잘 되지만 총선이 있는 해엔 선거법 영향으로 인한 행사 감소, 정부와 정치권의 물가 잡기 등으로 소비가 잘 되지 않는다. 올해도 적어도 총선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결혼식 등의 행사가 잘 열리지 않는 봄 윤달도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시설채소는 배추·무, 마늘·양파 등의 민감 수급 품목이 아니어서 정부와 지자체 대책에서도 일정부분 빗겨나 있다. 이에 산지 폐기를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어도 폐기 비용까지 농가 스스로 감내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 회장은 “솔직히 산지 폐기를 할 지경이라도 시설채소는 그 비용까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해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부에서 수급 관리하는 민감 품목은 아니지만 시설채소 대부분이 국민 밥상에 밀접한 연계가 있는 품목들이다. 시설채소가 무너지면 결국 국민 먹거리에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어 수급 관리 품목 못지않게 시설채소도 수급 조절 등에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지 상황처럼 시장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 특히 기온이 오르며 물량이 늘어나는 반면 총선국면에 접어들어 소비력은 떨어지는 봄철이 더 우려스럽다고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가락시장 서울청과의 한흥기 채소부서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현재 시세가 낮지만 그래도 지금은 일조량 부족, 바이러스 영향 등으로 출하량이 많지 않아 더 낮은 시세까지 가진 않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인데 이제 기온이 오르며 물량이 늘어나는 반면 총선 국면으로 소비는 감소할 수 있어 봄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부서장은 “정부에서 소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총선 국면까지 대책을 이어가야 한다”며 “산지에서도 어렵겠지만 선별에 유념해 품위를 유지해줘야 소비와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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