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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를 넘어서는 협력의 문화적 전통을

  • 기사승인 2020.02.14 17:38
  • 신문 3177호(2020.02.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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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부처별 경쟁하듯 유사 공모사업 난립
‘정책 칸막이’ 탓 협조 안돼 효과 의문
행정도 민간도 오래된 관행 극복해야

 

마을만들기, 6차산업화, 귀농귀촌, 사회적농업, 푸드플랜, 농민수당 등. 이처럼 귀에 익숙한 단어들은 모두 행정의 정책용어에 해당한다. 사회적경제, 주민자치, 도시재생, 마을교육공동체 등도 마찬가지다. 민간에서 사례를 만들고 연구자가 제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정책을 중앙정부도 수용하여 담당부서도 정하고 예산 확보, 공모사업 지침 작성, 공문 시달 등의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일부는 ‘윗사람 말’ 한마디에 부처별로 경쟁하듯이 유사한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항상 예산이 부족한 지역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공모사업 유형이 많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들 정책 영역들이 현장 관점에서 보자면 차별성이 부족하여 중복되기도 하고, 집행방식도 제각각이라 서로 연계할 수 없으며,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부서별 협조가 없으니 효과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여성이나 노인, 다문화, 어린이 등 동일 계층을 두고 농식품부 이외 다른 부처에도 유사한 사업이 적지 않다. 한 부처 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적인 ‘업무라인’을 따라 분리되어 전달된다. 흔히 말하는 ‘정책 칸막이’ 현상이고, 이로 인한 문제점은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쉽게 수정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전문성이 미흡한 상황에서 악순환은 반복되는 셈이다. 행정의 업무협조는 같은 ‘과’ 안에서도 어려운데, ‘과’를 넘어서는 정말 쉽지 않다. 정보 공유조차 쉽지 않은데, 협력하여 현장문제를 풀겠다는 시도는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농업정책에서 중시되는 공익직불제나 농업환경프로그램, 농민수당 등이 농촌정책 영역의 사회적농업(사회적경제)이나 농촌복지, 농촌협약, 신활력플러스 등의 정책사업과 전혀 별개로 진행되는 것은 이런 오래된 ‘관행’ 때문이다. ‘직렬’ 중심의 행정조직 편제가 너무 강력하여 현장 수요에 맞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행정의 정책 칸막이는 나아가 민간 사이의 칸막이를 확대하고 강화시킨다. 부서별 보조사업으로 민간을 ‘줄 세우고’, 단체 설립도 유도하기 때문이다. 민간도 횡적인 네트워크 활동이 미약하니 여러 비슷비슷한 조직에 중복으로 참여하게 된다. 시·군 조직의 지부 형태로 읍·면 조직까지 있는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심각한 면(面) 단위 리더들은 ‘머리 위에 감투’가 정말 많다. 행정이 요청하는 회의나 행사 쫓아다니다가 농사 시기조차 놓치는 리더도 자주 본다. 농업회의소처럼 큰 조직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쉽다.

한국 농촌에서는 행정도 민간도 칸막이가 심하고 협력적 활동은 정말 취약하다. 작년 12월 농특위 본위원회에서 의결한 ‘지방자치단체 농어촌정책의 민관협치형 추진체계 구축’ 안건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빨리 극복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정책 칸막이가 계속 유지된다면 중앙정부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싶어도 자치농정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칸막이 관행을 극복하고 일상적으로 협력하는 문화적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은 총괄조정 기능과 부서간 업무협조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민간도 단체간 칸막이를 극복하고 네트워크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2012년 12월에 ‘홍성통’이란 지역 거버넌스 조직을 설립하였다. 행정의 14개 과와 민간의 13개 단체가 참여하고, 매월 1회 빠짐없이 지역을 순회하며 협조회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분과 회의도 개최한다. 조직의 대표는 없고, 간사는 행정(농정기획단)과 민간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주로 행정 업무와 민간단체 활동을 공유하고, 정책 토론과 공동학습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최근 농식품부 농촌협약 시범사업에 선정된 것도 8년째 계속 이어오고 있는 이런 경험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민간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사)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는 홍성통에 참가하는 민간단체의 네트워크 법인으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수탁 운영하고 있다. 홍성통과 유사한 활동은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사)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와 같은 민간단체 네트워크 법인도 흔치 않다. 농촌 마을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충남과 전북에 비교적 발달해 있고, 이외에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2013 창립), 상주다움(2018 창립) 정도에 그친다.

이처럼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기 위한 성과는 행정도 민간도 정말 미약하다. 그만큼 어려운 숙제인 것도 분명하다. 우선, 간접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시·군 단위에서는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매우 중요하다. 행정의 총괄조정 부서를 신설(지정)하고, 업무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순환보직제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민간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법인도 설립해야 한다. 이런 노력 위에 행정과 민간 사이의 ‘대등한 협력관계’도 ‘긴장된 규형관계’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정책 영역의 중간지원조직도 칸막이를 넘어 통합형으로 설치되고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시·군 차원의 이런 제도적 정비가 우선되고, 그런 기반 위에 실질적인 정책 융복합은 읍·면 단위에서 실현될 것이다. 읍·면이야말로 주민의 실질적 생활권이며 한때는 자치단체였으며 직접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규모이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풀뿌리 주민운동, 생활운동 차원에서 지역농업도 교육·문화·복지·환경 등과 쉽게 연계할 수 있다. 그 중심에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도 민간도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시대에는 정책의 과도기에 해당하고, 칸막이를 넘어서는 협력 문화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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