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 전남지역 해안선을 중심으로 그려진 풍황계측기 점사용 구역(붉은 세모)과 해상풍력예정지(붉은 네모), 그리고 주요 어업활동해역(청색). 청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해양수산부가 해경의 V-패스자료와 수협중앙회 5년치 어선위치 보고자료, 어획량 보고자료 등을 종합한 결과 어업활동이 활발해 어선이 밀집하는 지역이거나 어획량이 많은 구역이다. 해상풍력 사업지와 대부분 겹친다. 

정부차원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해상풍력발전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시행 지역마다 파열음이 일고 있다. 발전사업자와 어업인 간의 충돌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

어업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발전업체들이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하는 구역이 주요 조업구역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서면 시설부지와 인근해역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해 진다. 

해상풍력시설의 내구연한은 20년.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어민들은 기본적으로 20년간 어장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구연한이 다한 이후 철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상풍력발전시설 구역 내 조업중단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쥐꼬리 보상금을 받고 30년 넘게 삶의 터전을 잃은 새만금간척지 어민들과 마찬가지 상황이 서해·남해·동해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목표
해상풍력 재생에너지는 12GW
사업추진 54곳 중 21곳 ‘발전허가’

수심 낮고 섬 많은 서남해에 몰려
서남해해상풍력시설 실증단지도
전북 위도-안마도 사이에 건설
주민 반발로 1단계 실증사업 완료

#얼마나 깔려고 하나

2017년 12월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전력계통의 안전성과 국내기업의 보급여건, 잠재량 등을 고려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030년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누적 63.8GW까지 보급하겠다는 계획. 이중 해상풍력을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치는 12GW이다.

이 같은 정부 재생에너지개발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국 54개소에서 해상풍력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이중 21개소는 사업 첫 단계인 발전허가가 난 상황이다. 특히 전남에 사업개소가 20여 곳이나 몰려 있고, 전북의 경우 서남해해상풍력실증단지가 들어서 있는 위도-안마도 사이 해상에 국내 최대규모의 해상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12GW규모의 해상풍력시설이 예정대로 건설되면 제주도를 포함해 서해안 북단인 인천광역시에서부터 서해안과 남해안을 둘러 동해안까지 해상풍력시설이 바다를 둘러싸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서해·섬 주변에 몰리나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서남해안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수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입지조건이 중요한데 낮은 수심의 서해안, 그리고 섬이 많은 전남·경남의 환경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풍부한 바람도 중요하지만 수심은 물론 육지와의 거리도 중요한 경제적 요소라는 것.

이 관계자는 “발전업계에서는 수심이 50m를 넘어가면 기술상으로나 시공비로나 경제성이 떨어지고, 또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육지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면서 “경제성을 고려하다보니 수심이 낮은 서해안과 섬이 밀집해 있는 전남과 경남 지역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남해안에 설치하겠다는 해상풍력 비중은 정부 목표 12GW 중 8.5GW로 6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6개소를 기준으로 1GW 이상의 해상풍력시설 설치가 예고된 상황이다.

또 해상풍력 첫 테스트-베드라고 할 수 있는 서남해해상풍력시설 실증단지가 전북 위도-안마도 사이에 들어선 것도 이 같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 현재 이 실증단지는 고창 구시포항으로부터 약 10km가량 떨어진 지점에 20기의 해상풍력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당초 서남해해상풍력단지는 2012~2015년 1단계 실증사업·2015~2017년 2단계 시범사업·2018~2020년 3단계 확산사업을 거쳐 총 2.5GW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되면서 반발이 거셌고, 지난해 겨우 1단계 실증사업이 완료됐다.


#어민들 반대 목소리 고조
“어획량 많은 곳에 설치…어디서 조업하나”

생계 피해 입는 어민 의견수렴 외면
‘법적으로 문제 없다’ 내세워 강행
수협조합장 협력 청와대 등에 탄원
어업인 총궐기 등 움직임도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실제 어민들이 해상풍력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안된다’ 일색이다. 서남해해상풍력단지사업이 추진되면서 실증단계로 20기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지난해부터 돌아가고 있는 구시포항.

여기서 만난 이성태 서남해해상풍력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실제 해당 어장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은 강하게 반대를 했는데, 결국 20기의 실증단계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서서 돌아가고 있다”면서 바닷물이 빠진 구시포항 앞 갯벌을 가리키며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동의가 필요한데 당시 9000원만 내면 먹을 정도 양은 맨손어업으로 잡을 수 있도록 해 준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놓고 ‘동의를 받았다’며 실증단지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실제 어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과는 단 한 번의 공청회도 갖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 위원장은 “고기를 잡아야 할 어장에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겠다면서 주민 대상 설명회는 개최하면서도 실제 어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하지 않았는데, 수용성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서남해해상풍력단지에는 현재 구시포항 앞바다에 설치된 20기의 실증단지규모의 24배 규모의 시설이 더 들어서게 된다. 수협 관계자는 “독일 기준으로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경우 20기 설치에 14㎢의 어장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위도-안마도 사이 어장 중 336㎢가 어선의 접근이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시설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또 다른 한 곳인 부산. 부산은 현재 해운대 청사포 지역과 기장지역에 해상풍력 설치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 청사포지역과 기장지역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한쪽은 찬성이, 한쪽은 반대가 강하다. 

기장 지역에서 대책위를 맡고 있는 이방훈 부산해상풍력대책위원장은 “해운대 쪽은 부산수협의 양식장을 임대해서 하는 어업인이 많고 들어서는 해상풍력시설이 얼마 안되지만 기장 쪽은 어업인 소유의 양식시설은 물론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해역에 어선 조업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두 곳은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안 그래도 고리원전으로 인해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어업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 지역 어민들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면서 “계획상으로는 부산지역 해상풍력시설 대부분이 기장지역에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는데 절대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해상풍력사업계획에 따르면 해운대에 설치되는 청사포해상풍력과 기장해상풍력(기장), 고리해상풍력(기장), 서부산해상풍력(사하) 등 총 4곳에 설치된다. 4곳의 총 발전용량 760MW 가운데 620MW가 기장지역에 설치될 예정이다.

사실상 해안선 전반에 걸쳐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전남지역의 어업인들도 해양풍력시설 설치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남도 내 수협조합장들과 어업인들이 공동으로 전남도는 물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전달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선 상황.

해상풍력사업을 위해서는 전기사업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신청 전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풍황계측기가 77개소나 된다. 해상풍력사업 예정지도 25개소나 된다. 이를 통틀어 전남지역에는 8.2GW의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설 예정.

문제는 77개의 풍황계와 25개 해상풍력사업예정지가 모두 주요어업활동해역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가 해경의 v-패스 자료, 수협중앙회의 5년치 어선위치 보고자료, 어획량 보고자료 등을 종합해 데이터를 분석한데 따르면, 25개 해상풍력예정지가 모두 어선이 밀집해 있거나 어획량이 많아 어업적 가치가 높은 구역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지역 수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상풍력사업예정지가 어선의 조업과 어획량이 많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면 어업인들은 어디에서 조업을 해야 하겠느냐?”면서 “어업인들의 입장은 절대 반대이며, 이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업인 총궐기 등과 같은 강력한 반대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게 지역 어업인들의 뜻”이라고 전했다.
 

▲ 고창 구시포항. 사진 오른쪽으로 10km가량 떨어진 곳에 20기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어민들에게는 어선 항행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중요 어장을 빼앗기게 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자부 ‘손실보상’ 내세우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애초부터 기대 어려워

해상풍력 기준점·범위 두고 논란
자원량 감소 등은 고려조차 안돼
개인별 어업손실액 기준 보상 그쳐
어민들 “중단이 최선” 한목소리


지난해 수협중앙회가 마련한‘해상풍력발전 대응방안’자료에 따르면 해상풍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바다는 공유재로서 어업인은 공유수면의 이용자 중 하나일 뿐이며, 만약 피해가 있다면 손실보상을 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을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논리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행 법·제도 상 보상은 받기는 할 수 있을까?

현행 법령 상 어업보상과 관련된 법률은 전원(電源)개발촉진법, 토지보상법, 수산업법 등. 전원개발사업 시행으로 토지가 수용될 경우는 토지보상법으로, 수산업이 위축될 경우에는 수산업법으로 보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해상풍력시설은 해안선을 기준으로 원거리에 설치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원과 관련된 법률도 있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인데, 발전기가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5km 이내 읍·면·동의 지역주민이 지원 대상이다. 이도 해상풍력의 기준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 또 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논란거리다.

보상과 지원에 관련된 법률이 있긴 하지만 어업인들이 느끼는 피해수준의 보상·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결론인 셈. 보상이 이뤄진 서남해해상풍력의 경우 보상금액이 어업인 연간순수익의 8~19% 수준(평균 1200만원가량)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해상풍력시설로 인해 발생할 자원량 감소 등은 보상에서 아예 고려되지 않고, 어업권 허가도 ‘전남지역’‘전북지역’ 이런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서는 구역에서 주조업을 하는 경우라도 100% 피해가 반영되지 않는데다, 입증이 가능한 개인별 어업손실액만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 어민들이 보는 실제 피해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수산업법 상 어업손실만 보상하는 것으로는 현장 어민들의 입장과 괴리가 너무 크다”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태 위원장은 서남해해상풍력 보상에 대해 “최소 20년간 어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보상금이라고 나온 게 최대로 해봐야 2000만원이 안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30년 전 일시 보상을 받고 삶의 터전을 지금까지 잃게 된 새만금지역 어민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민 입장에서는 사업을 중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위해 어민은 또 희생
재생에너지 부품·발전사업자만 배불려

실제 어민 수용성 최우선으로 하고
업체 공개모집, 특별법 제정 모색을


RE 100(Renewable Energy 100%)선언에 따라 수출기업에게 재생에너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재생에너지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에게는 사업 확장이라는 이점이 있어 보인다. 또 낮은 수심의 서해안과 섬 주변에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면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은 높아진다. 여기에 지난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예산규모는 2030년까지 신규설비투자 92조원, 정부예산 18조원이었다. 결국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어민들만 피해보는 사업인 셈.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계를 위해서 언제까지 농민, 어민들이 희생하라는 말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법적·제도적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선 사업지 선정과 사업허가 및 사업추진 과정에서 실제 어민들의 수용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태 위원장은 “주민이 아니라 해상풍력시설이 들어서게 될 구역에서 실제 어업행위를 하고 있는 어민들의 의견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현재는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도록 돼 있고, 그것도 임의사항”이라고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해상풍력발전사업의 허가와 추진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우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최초 입지 선정을 발전사업자가 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입지는 각 부처의 의견을 들어 중앙정부차원에서 선정하고 업체는 공개모집하는 방안으로 전환하는 한편, 북유럽과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상풍력이 특수한 사업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는 별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해상풍력의 경우 해역이용협의나 해양교통안전진단 등을 통해 개선조치를 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 추진을 뒤집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생에너지 확대는 정부 전체에 걸쳐진 방향성이고,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전반적인 제도 점검을 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수산업법 상 어업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강력한 어민반발이 예고된 상태라 물의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어업인이 수긍할 만한 추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성태 위원장은 어업인 의견수렴과 관련, “반발이 컸던 실증단지사업 이후 실제 고기를 잡는 어업인과 기관, 업계 등이 참여하는 ‘전북서남권해상풍력민간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하고 있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 ‘합의’를 거치도록 해 놓은 상황”이라면서 “추가사업은 반드시 어민들과의 합의를 통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해, 어민반발이 심한 해상풍력 예정지역에서 이 같은 협의체를 운영할 경우 운영 상 어디에 방점을 둬야하는 지를 시사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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