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경실련농업개혁위원회는 19일 경실련 강당에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농지소유현황 조사발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농지의 비농업인 소유 금지 등을 정책의견으로 개진했다. 김흥진 기자

경실련·전농 소유 현황조사
중앙부처·지자체 1862명 대상
배우자 포함 719명 소유 확인

농지법 위반 가능성 촉각
“경자유전 원칙 훼손” 목청
비농업인 농지 소유 제한토록 
농지법 개정 서둘러야


문재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고, 이들 중 일부는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발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헌법에서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과 동시에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강력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농지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다.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 현황조사’를 발표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정부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공개 대상자’(2020년 3월 26일 기준) 1865명(중앙부처 750명, 지자체 1115명) 중 자료수집이 가능한 1862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다. 농지는 전·답·과수원 기준이며, 본인과 배우자 포함이다.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 현황은=조사 대상 1862명 중 38.6%인 719명(중앙부처 200명, 지방자치단체 519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꼴이다. 이들이 소유한 농지 면적은 311ha(약 94만2050평)로, 여의도(290ha)보다 더 크다. 1인당 0.43ha(약 1310평) 규모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농가 전체의 48%인 48만7000호가 경지가 없거나 0.5ha 이하로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결코 작지 않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총 가액은 1359억원, 1인당 평균 가액은 약 1억9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대학총장 등, 공직유관기관장 등 제외) 중 면적 기준 상위 5명은 김규태 교육부 전 고등교육정책실장(1.3ha, 3953평), 최흥진 기상청 차장(1.1ha, 3378평·최흥진 차장은 조사 시점 기준이며 현재는 아님), 김성근 교육부 전 학교혁신지원실장(0.9ha, 2791평),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0.8ha, 2329평), 오종식 대통령비서실 연설기획비서관(0.7ha, 2231평)이다.

가액 기준 상위 5명은 최흥진 기상청 차장(10억8000만원·최흥진 차장은 조사 시점 기준이며 현재는 아님), 김태화 병무청 차장(7억6800만원),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6억1200만원),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상임위원(4억8800만원), 박정열 문화체육관광부 전 국민소통실장(4억7800만원)이다.

중앙부처 주요 장관과 지자체장 일부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0.2ha(642평·배우자 소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0.1ha(442평·배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0.1ha(402평·본인),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0.1ha(303평·배우자), 홍남기 기획재정부 부총리겸 장관 0.0ha(105평·배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0.0ha(52평·배우자), 염태영 수원시장 0.3ha(775평·본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0.0ha(3평·배우자)다.

▲농지법 위반 등 문제없나=이번 조사의 배경은 ‘가짜농부를 가려내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농지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데 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지금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비농업인에 대한 농지 소유 통계는 정확하지 않고 실태조사도 없었다”며 “이번 조사는 가짜농부를 찾아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농지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서 경실련은 농지를 소유한 고위공직자 중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농부’일 경우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농지법은 예외적으로 상속농지에 한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도 총 1만㎡(1ha)까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1ha 이상 소유자는 중앙부처 8명, 지자체 143명 등 151명으로 나타났다.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단국대 교수)은 “상속가능 농지소유 상한을 둔 이유는 농지가 실제 경작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1ha 이상 농지소유자가 상속받은 농지를 경작하지 않고 소유만 하고 있다면 농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 위원장은 또 “농업인을 규정하는 현행법상 기준은 300평 이상 농지를 경작해야 한다는 것인데, 300평 농사를 짓는 것이 쉽지 않다. 공직자의 경우 본연의 업무로 실제 경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작 여부가 중요하다. 농지를 경작하지 않는 경우 투기,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면서 “아울러 경제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이해관계 충돌의 문제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 국장은 “농지 취득경유라든지 현재 경작 여부, 직불금 부당수령 여부 등을 추가로 묻는 질의서를 마련해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는 고위공직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며,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고발조치까지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국회의원과 지자체 등으로 넓혀 ‘가짜농부’를 가려내는 작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농업인 소유 금지’하는 농지법 개정 시급=고위공직자들의 농지 소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서 2009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609명의 농지 소유 현황을 분석해 179명(30%)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대 국회의원 3분의 1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지난해 <한겨레> 보도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의 농지 소유는 헌법에서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앞장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경실련은 “농지는 헌법에서 규정하듯이 경자유전의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실제로 경작하지 않는 비농업인이 소유하고 있다면 농지의 생산성은 물론 공익적 기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없으며, 농지 투기와 직불금 부당수령 등 부정적 효과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농지 훼손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우량농지인 ‘농업진흥지역’을 태양광 발전 시설 등 개발 목적으로 풀어주고 있어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하위법인 농지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게 되더라도 농지 처분을 강제할 법적 규정이 미약한 현행법 체계에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와 개발 목적의 농지 이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 정신과 역행한 농지법 개정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서다.

경실련은 “헌법상의 경자유전의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허점투성이의 농지법상 ‘농지의 취득과 보유 처분 등에 관한 법령’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농지의 이용실태가 제대로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의 정비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도록 농지법 개정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농지통합정보관리시스템’ 구축 △지자체별 ‘마을단위 농지관리위원회’ 설치 △공직자의 농지 소유 및 이용과 관련해 위탁 및 농업 겸직금지 등을 ‘공직자윤리법’ 등에서 규정 △‘농업진흥지역’의 비농업적 사용을 전면 금지하도록 규정 등을 요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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