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통계청 고추 생산량 조사
전년대비 23% 감소
재배면적 줄고 단수도 준 탓


통계청 조사 결과 올해산 고추 생산량이 전년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확기 전후 발표된 농업관측본부 생산량 조사치와 비슷한 결과다. 다만 수확이 마무리된 뒤 나오는 농산물 생산 통계가 농산물 생산량 조사의 주목적인 수급계획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계청은 지난 23일 ‘2020년 고추, 참깨, 고랭지 감자 생산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고추 생산량은 6만76톤으로 지난해 7만8437톤, 평년 7만8468톤보다 23.4%나 줄었다. 전년대비 면적이 1.6% 감소한 가운데 유례없던 긴 장마 등으로 단수가 22.2%나 급감했기 때문.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발표한 생산량 전망치와 비슷한 추세다. 관측본부는 지난달 1일 6만270~6만1050톤, 이달 1일엔 5만9800톤으로 올해 고추 생산량을 추정했다. 

다행히 이번 통계청의 고추 생산량 조사치는 농경연 관측본부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  마늘·양파 생산량 조사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통계청 마늘·양파 생산량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초부터 정책 추진에 활용했던 농경연 관측본부 생산량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여 산지는 물론 정책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던 것. ▶본보 7월 24일자 ‘혼란만 키운 통계청 생산량 조사’ 기사 참조

농경연 관측과 차이 없지만
주 수확기는 8~9월로
수급계획에는 도움 안돼


다만 통계청의 고추 생산량 발표 시점에 대해선 앞당겨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산물 생산량 조사 주목적은 ‘농산물 수급 계획, 농산물 가격 안정, 농업소득 추계 등 농업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함에 있다. 그런데 수확이 마무리된 뒤 나오는 고추, 참깨 수확량 조사 결과가 이 생산량 조사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산지 한 관계자는 “고추는 늦가을까지 수확한다고 하지만 주 수확기는 8~9월이고, 수급 정책은 늦어도 수확기와 맞물려 추진돼야 한다. 여름철 수확하는 참깨 역시 마찬가지”라며 “특히 올해엔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우려가 산지에서 계속 제기됐고, 농업관측본부가 조사하지 않는 품목인 참깨의 경우 80%까지 수확량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는데 기준을 잡아주는 곳이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농업 기관 한 관계자도 “통계청 생산량 통계로는 수급 계획을 전혀 세울 수가 없다. 통계청 조사가 나온 뒤 수급 계획을 내놓으면 그건 안 하니만 못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계청에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선 발표 시점을 당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재열 통계청 농업통계과 사무관은 “통계청에서 농산물 통계를 담당하기 전에도 같은 시기에 생산량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는 정확성을 기해야 해 고추 수확이 완전히 마무리 된 이후인 10월 말 조사가 진행돼 11월 말 발표된다”며 “농산물 생산량 조사를 당기면 좋겠지만 시기를 당기면 정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 참깨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47.7% 감소한 6191톤, 고랭지 감자 생산량은 14.5% 줄어든 2만236톤으로 조사됐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