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유석영·문정호 씨 인터뷰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6월 5일 만남 충남 아산의 청년 낙농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정호, 박성호, 유석영 씨는 생산비 상승과 소득 감소 등의 여파로 목장 경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생산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정부의 직접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6월 5일 만남 충남 아산의 청년 낙농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정호, 박성호, 유석영 씨는 생산비 상승과 소득 감소 등의 여파로 목장 경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생산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정부의 직접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지난해 한 달 수익이 27만원이었어요.”

6월 5일 만난 충남 아산의 낙농가, 박성호 씨는 엑셀로 정리한 자신의 농장 경영 기록을 살펴본 후 이 같이 설명했다. 박성호 씨는 착유우 31마리(총 마릿수 56마리)를 가진 중소농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마리 미만 규모 농가의 마리당 순수익은 고작 1000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우유 생산비 증가율이 2021년 대비 13.7%에 달하고 그의 농장이 중소농가인 만큼 수익 남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성호 씨가 “월 27만원 남았다”고 설명해 다소 의아스러웠다. 그 때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어머니와 나의 인건비도, 전기세와 유류비 같은 에너지 비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감가상각비도 계산하지 않았다. 일단 사료비 등만 넣었는데 월 27만원 수익으로 계산됐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최저시급(9620원)을 적용한 인건비(월급 201만580원·209시간 근무)를 포함하면 그의 농장은 매달 174만원 적자다. 에너지 비용 등을 넣으면 적자폭은 더 커진다. 박성호 씨는 “인건비, 전기세 등을 넣으면 적자가 명확했다. 그걸 알게 되니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뒀다”고 설명했다. 또 “축사 개보수 비용만 연간 1000만원이 소요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농장 경영비는 리터당 850원 정도다. 인건비 등을 다 포함하면 생산비가 1000원이 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우유 1리터당 경영비 821원, 생산비 925원으로 발표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15년차 낙농가, 유석영 씨는 “목장은 쉬는 날이 없고 근무시간도 새벽과 저녁 시간이다. 이처럼 야근과 특근이 일상화됐다. 이런 부분을 수치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계청 발표 보다 생산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름에 많이 지출할 땐 월 70만~80만원 전기료를 납부할 만큼 목장에서 전기를 많이 쓴다. 올해 전기료가 올라가면서 1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아지 가격 폭락도 농가 경영에 악재다. 20대부터 낙농업에 뛰어든 40세 청년농, 문정호 씨는 “송아지 판매로 연간 2500만원 소득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리당 1만원이다. 50마리 팔아도 50만원에 불과하다. 송아지 판매대금으로 대출이자 등을 냈는데...”라며 “송아지 생산을 위한 정액 구입비, 수정료 등을 생각하면 최소 15만~20만원에 판매해야 하지만 지금은 무료로 줘도 잘 안 팔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유석영 씨는 “농가들의 소득 감소는 지출도 늘었지만 송아지 판매 수입 감소 같은 부분이 줄어든 여파도 크다”고 덧붙였다.

늘어난 부채도 부담스럽다. 유석영 씨는 “사람들이 카드값 때문에 월급이 스쳐 지나간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요즘 낙농가들은 유대 정산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 그래서 6000만원이었던 사료비 외상한도를 작년에 1억원으로 올렸지만 이미 그 한도를 초과했다”고 말했다.

문정호 씨도 “10억원이었던 부채를 코로나19 발생 직전에 4억원까지 줄였지만 지금 다시 11억~12억원까지 늘었다”며 “그동안 사료비 외상한도(1억5000만원)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2억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 씨는 “낙농업에 뛰어들었던 2017년엔 부채가 약 6억원이었는데 지금은 8억원으로 늘었다”며 “대출 받은 돈으로 다른 대출을 갚고 또 그걸 갚으려고 다른 곳에서 대출하는 등 농가들이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대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들 입장에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더 암담하다. 문정호 씨는 “미래가 보여야 희망을 갖고 소를 키우겠지만 지금 낙농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농장을 다 팔아도 빚을 전부 못 갚으니 접을 수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난 3~4년도 못 버틸 것 같다”고 호소했다.

박성호 씨는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다 팔면 부채를 갚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 지금 상황이라면 다 갚고 회사 취직하는 게 낫지 않냐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낙농가들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날 낙농가들은 농가들이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정호 씨는 “낙농산업은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가 낙농가들이 목장을 현상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료비 등에 직접 지원해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박성호 씨는 “정부가 사료구매자금 1조5000억원을 융자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농가들의 빚만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버텨야 하는 농가들 입장에선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료비 절감 등을 위한 직접 지원을 요청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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