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으로 수요가 일정할 경우 물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진다. 그런데 지난해 대체적인 시장 반입물량 감소 속에 경제학적인 수요와 공급 법칙을 거스른 농산물 품목들도 있다. 딸기와 양배추 등은 물량이 늘었음에도 시세 역시 지지를 받았다. 이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맛과 품위가 좋아 수요를 이끌었다는 공통된 평이 있다. 반면 감자스낵 열풍이 사그라진 감자와 수입과일의 영향을 크게 받은 포도 품목은 물량이 급감했음에도 시세 역시 크게 하락했다.

고품위 선전 수요 확대…복숭아 출하 앞두고 귀추
감자·포도는 시장반입량 감소에도 시세 하락 ‘씁쓸’


▲지난해 가락시장 물동량 흐름=참외의 경우 2015년 가락시장에 반입된 총 물량은 3만1384톤이었고, 2016년엔 이보다 8.4% 줄어든 2만8746톤이 시장에 들어왔다. 이런 영향을 주로 받아 2015년 10kg 평균 2만8833원이었던 참외 도매가격은 2016년엔 3만2276원으로 11.9% 반등했다. 지난 2년간의 시세를 비교해보면 감귤, 단감, 당근, 미나리, 배추, 시금치, 양상추, 토마토, 대파, 애호박 등 다수 품목이 참외와 같이 물량이 줄었고 이에 시세는 상승했다. 반면 고구마, 사과 등의 품목은 물량이 늘어났고 이에 시세는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주요 24개 품목 중 16개 품목이 반입물량이 줄어 2016년 작황이나 산지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여름철 극심한 가뭄과 폭염, 가을 태풍 등 날씨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24개 품목은 가나다순으로 감귤, 감자, 고구마, 단감, 당근, 딸기, 무, 미나리, 배, 배추, 사과, 상추, 생고추, 수박, 시금치, 양배추, 양상추, 양파, 오이, 참외, 토마토, 파, 포도, 호박 등이다.

▲눈여겨 볼 품목 움직임=물량이 늘어난 8개 품목은 고구마, 딸기, 무, 배, 사과, 상추, 양배추, 오이였다. 이 중 사과와 고구마를 제외한 6개 품목은 물량이 늘었음에도 시세가 상승했다. 특히 딸기는 2015년 2만1699톤에서 2016년 2만2457톤으로 물량이 3.5% 증가했음에도 도매가격은 2kg 기준 1만6135원에서 1만8430원으로 14.2% 상승했고, 0.6% 물량이 증가한 상추도 시세는 17.4%나 상승했다. 양배추도 물량은 2.4% 늘었지만 시세는 49.2%나 급등했다. 딸기의 경우 지난해 초 작황 호조로 딸기 품위와 맛이 상당히 좋았고, 죽향 등 고품위 국산 품종이 선전한 것이 시세가 올라서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시장 반입물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시세 역시 하락한 품목도 있다. 감자와 포도가 이런 대표적인 품목이다. 2015년 8만7513톤이 들어왔던 감자의 경우 2016년엔 6만717톤으로 10.1%나 감소했음에도 시세(20kg 수미)는 2만2415원에서 1만9227원으로 14.2%나 급락했다. 포도도 2015년 3만6943톤이 들어왔다가 2016년엔 3만133톤으로 18.4%나 물량이 줄었지만 시세(5kg 캠벨얼리) 역시 같은 기간 1만3621원에서 1만2557원으로 7.8%나 감소했다.

이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감자는 무엇보다 2~3년전 불었던 감자 스낵 열풍이 1년여 만에 미풍으로 그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고, 포도는 수입과일의 증가 속에 소비 침체와 폐원이 맞물린 것이 물량과 시세를 모두 후퇴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엔 이런 움직임을 주목할 대표 품목으로 복숭아가 꼽힌다. 포도에서 복숭아로 작목을 전환한 농가들이 많았고, 최근 몇 년간 복숭아 소비와 시세도 양호했기 때문이다.

강남규 농협가락공판장 경매부장은 “복숭아의 경우 여러 품종으로 맛들이 다양하고, 아이들을 중심으로 소비도 좋아 인기 품목이었는데 올해 이후부터 포도 폐원 등으로 복숭아 물량이 늘어나 어떤 시세와 소비가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락시장의 고태호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정가·수의매매 증가 등 시장 물량과 시세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물량이 늘어도 시세가 양호하게 형성되는 중심엔 맛, 그중에서도 초반물량이 중요하다”며 “이제 곧 복숭아가 집중적으로 나오는데 시즌 초 물량이 얼마나 맛있느냐가 한 시즌을 좌우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올해 복숭아가 맛있다는 인식이 초반에 각인되면 복숭아 시세는 물량이 늘어도 선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끝>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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