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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퀴고 간 농업현장] 나무 뽑히고 물기둥 솟아올라…“밀려든 토사 속 간신히 몸만 피해”

  • 기사승인 2020.08.04 18:10
  • 신문 3222호(2020.08.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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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 일대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시설채소 농사짓는 조관수 씨
하우스 단지 폭격 맞은 듯 처참
이동 못한 트랙터 2대 파 묻혀

백성식 씨 하우스 20동 폐허 
“1년 농사 중 지금 가장 피크
올해 완전 망쳐…복구도 막막”

주민·농가 ‘재난지역선포’ 촉구

계속되는 폭우로 경기도, 강원도, 충북 등에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산양저수지 제방 붕괴 현장으로, 저수지에서 시작된 거센 흙탕물이 마을과 농경지, 과수원 등으로 흘러들어 수확을 앞둔 복숭아나무는 뿌리가 뽑힌 채 쓰러지고, 알곡이 차기 시작한 벼는 토사에 묻혀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김흥진 기자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집채만한 흙탕물과 토사에 깔려 죽을 뻔 했어요.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하천 물에 떠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습니다.”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에서 1만6500㎡의 시설채소 농사를 짓는 조관수(68) 씨는 “엊그제(2일) 아침은 지옥이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지난 4일 수마가 할퀴고 간 율면 산양리 일대 시설하우스 단지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이틀 전 아침 7시께 밤새 내린 폭우로 산양저수지 제방이 붕괴되면서 마을과 농경지가 순식간에 초토화 됐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나무는 뿌리가 뽑힌 채 쓰러졌다. 김흥진 기자

마을 아래쪽에 위치한 시설하우스 단지는 그야말로 폐허였다. 하우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파돼 휩쓸려온 토사에 묻혀있고, 엿가락처럼 휘인 흉물스런 하우스 파이프는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농경지는 산기슭부터 내려온 토사물과 각종 폐자재·자갈 등으로 메꿔져 있었다. 미처 이동시키지 못한 트랙터 2대도 흙속에 파묻혀 있다.

아스팔트 농로는 경사면이 하천 물에 휩쓸려 금방 이라도 붕괴될 듯 위태로워 보였다. 마을에서 떠내려 온 컨테이너가 덩그러니 하천 옆에 방치돼 있고, 농막으로 사용한 건물도 지반이 약해 쓰러질 듯 기울어져 있다.

알곡이 차기 시작한 벼는 토사에 묻혀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김흥진 기자

이곳에는 지난 1~2일 이틀 동안 350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순간 강수량도 2일 오전 10시 기준 약 80mm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저수지가 붕괴되고 담수하고 있던 6만5000톤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면서 하천 옆 농로 50m가량이 절단돼 농경지 5만여㎡ 60여동의 시설하우스를 휩쓴 것이다.

시설하우스 20동(15840㎡)이 폐허가 된 백성식(63) 씨는 “2일 아침 6시부터 인부들과 하우스에서 고수와 시금치, 당귀, 비타민 채소 등의 수확작업을 하고 있는데 7시경 옆 하천에 물이 갑자기 불어나더니 큰 나무가 뽑혀 내려오고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해 하우스 단지로 흙탕물과 토사가 물밀듯이 들어와 간신히 몸만 피했다”며 당시 아찔한 상황을 전했다.

백 씨는 “시설채소는 1년 농사 중 지금이 가장 피크다. 7~8월은 고수와 시금치 등의 가격이 가장 잘 나와 1년 생계유지에 큰 몫을 하는데 올해 농사는 완전 망쳤다”며 “복구하는데도 수개월이 걸리고 또 다시 작물을 입식하기 위해서는 새로 객토도 해야 되고 하우스 시설도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8월 2일 내린 폭우로 피해를 입은 백성식 씨(맨 오른쪽)가 폐허로 변한 시설하우스의 피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목숨까지 잃을 뻔 했던 조관수 씨도 “하우스 20여동이 다 파손되고 밭에는 자갈이 가득 쌓여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한창 출하해야 할 작물은 모두 없어져 수억원의 피해를 입게 됐다”고 허망해 했다.

토사에 파묻힌 작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선복(72) 씨도 “평사 농사지으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정성껏 키운 작물인데 하나도 건질게 없다. 사람구하기도 힘든데 복구도 걱정되고 오로지 농사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큰 수해를 입은 이곳 주민과 농가들은 재난지역선포를 정부에 촉구했다.

농가들은 “저수지 담수량의 위기가 오면 수문을 열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이번 수해를 키운 것”이라면서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가 재난지역을 선포해 하루빨리 복구하고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천=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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