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화훼농가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윤지영 원당화훼단지 회장이 꽃이 핀 분화를 살펴보고 있다. 성출하기를 맞은 분화는 출하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져 모두 폐기처분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어렵다고 얘기하면 뭐합니까. 주변에서 걱정만하지, 이제 인터뷰는 안 할래요.” 설 명절을 앞둔 어느 날, 경기도 고양시 원당화훼단지에서 만난 한 절화 농가의 말이다. 비닐하우스 한편,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던 그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바로 옆 하우스도 사정은 비슷했다. ‘화훼 쪽 코로나 피해 상황을 취재 왔다’는 기자의 질문에, “오전 내내 약을 치고 이제 잠깐 앉았다”며 “미안하지만, 다른 곳에서 취재하라”고 손사래를 쳤다. 더 얘기할 것도, 더 나아질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행사 줄줄이 취소 화훼 거래 ‘뚝’
비닐·커튼 교체비만 수 천만원
정부, 작년엔 신경 좀 쓰더니
지금은 대책 없이 손 놓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 논란 
농민들도 하우스서 사는데
현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할 말도 나아질 것도 없다는 듯
몇몇 농민은 인터뷰 거절하기도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졸업·입학식은 물론 각종 예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화훼농가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코로나가 막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만 해도 올해 대목장까지 소비침체 여파가 이어질 거라곤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연료비에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에 고정비 지출만 그들을 옥죄고 있다. ‘겨울 꽃값이 여름 꽃값과 같으니 말 다했지’라는 화훼농가의 푸념에도, 하우스 안 식물들만 따뜻한 공기 속에서 형형색색 꽃을 피우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 aT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장미는 총 25만8000속.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해 1월에는 장미 거래량이 23만2900속으로 줄더니, 올해는 20만4500속까지 2년 만에 약 15%가 감소했다. 국화의 경우 2019년 1월 20만4800속에서, 2020년 1월 19만200속, 올해 1월에는 15만6100속까지 감소해 코로나19 이전 거래량보다 24%나 줄어든 상태다. 

“시설농가는 몇 년에 한 번씩 비닐이나 커튼을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비용만 수 천 만원입니다. 거기에 난방비와 인건비까지... 평상시에도 힘들었는데 코로나까지 겹치니 속이 타지요.”

원당화훼단지에서 생산자 대표를 맡고 있는 윤지영 씨는 주변 화훼농가들의 어려움을 전하며, 아무런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그래도 화훼산업에 대해 신경을 좀 쓰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무런 얘기가 없습니다. 작년이야 성수기를 살짝 빗겨갔고, 사실상 올해가 더 힘든데 말이죠. 시설농가에겐 시설투자비 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코로나 예산 때문인지 없어졌습니다.”

특히 윤 대표는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된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 논란에 대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요즘은 부수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어머니도 항상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잘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농민들 고통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농민들이 기름 값 아까워 보일러 못 틀고 살죠.” 윤지영 대표는 지난 1월에 한파가 찾아와 하우스 난방비가 20%는 늘었다면서, 지금은 전기로 바꿨지만 기름으로 보일러를 뗄 때는 기름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했다. 

특히 그는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곳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곳은 법대로 다 맞춰 줘야하니 오히려 손해를 보죠. 불법은 어디 있는지 모르니 단속 대상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농민들도 하우스에서 삽니다. 농민이 봉입니까.”라며 목소릴 높였다.

윤지영 대표는 분화를 재배하고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성수기인 절화와 달리 분화는 입춘이 지난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분화 소비 침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절화는 완전히 무너졌고, 분화를 키우는 농가도 상당히 힘듭니다. 꽃이 핀 분화는 안 팔리면 그대로 버려야 합니다. 한 번 자르면 뿌리가 너무 커져서 다음에 필 때 상품성이 떨어지고요. 카랑코에는 지금 거의 3분의 1가격이고, 전반적으로 경매에서 유찰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방송에선 재난지원금을 ‘얼마 준다, 얼마 준다’라고 하는데 농민들 얘기는 어디에서도 없어요.”

윤지영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예산이 없으면, 싸워서라도 가져와야죠. 농식품부 장관 힘이 이렇게 없습니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먹여 살리는 장관입니다. 노동부 장관보다 힘이 없어야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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