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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코로나로 멈춰버린 시간…“쌓이는 빚에 버티기 한계”

  • 기사승인 2021.02.19 18:21
  • 신문 3275호(2021.02.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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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체험농원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연간 약 8만5000명의 방문객이 산머루농원에서 머루 와인 만들기 체험을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체험객이 뚝 끊기자 이곳 체험농원은 매출의 80%가 줄었다.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사진)는 텅빈 와인 터널에서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연 관광객 수만명 북적이다
2020년 2월 이후 발길 뚝

매출 80% 넘게 줄었지만
법인사업자·자가건물 등 이유
재난지원금 한 푼도 못받아
정부지원 사각지대 살펴야


조용한 시골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던 체험농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1년 동안 각종 코로나경기부양정책이 쏟아졌지만, 체험농원의 시간은 2020년 2월에서 멈췄다. 이들은 “농촌 체험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6차 산업이 농촌의 새 희망이라고 외치며 안달복달할 땐 언제고 정부가 코로나 이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릴 높였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에 위치한 감악산 산머루농원은 머루 와인과 잼 만들기 체험으로 연간 외국인 관광객 6만명, 국내 관광객 2만5000명이 방문하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출의 80%가 급감했다. 매출이 줄었어도 나가는 돈은 그대로다. 한 달 전기료만 200만원인데다가 시설비용으로 투입된 대출 이자 비용은 월 1000만원이 넘는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한 달에 3000만원이 넘는 적자가 빚으로 쌓였다. 하지만 체험농원은 법인사업자인데다가 자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은 10원도 받지 못했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만난 서부건 산머루농원영농조합법인 대표(44)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체험농원을 처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 서우석 대표가 일궈온 농원을 2012년에 승계받았다. 약 7000평의 머루 농사도 짓고 있다. 1979년부터 감악산에서 머루 와인을 제조한 산머루농원을 중심으로 인근 머루 재배 농가는 약 50농가다. 머루는 생과로 판매되지 않고 와인, 잼 등으로 가공해 판매되기 때문에 인근 농가에서 재배하는 머루의 99%를 이곳에서 매입한다.

서 대표는 “코로나 이후 체험이 막히자 머루를 매입할 수 없게 돼 재배 농가 역시 판로를 잃게 됐다”며 “국내 토종 품종인 머루를 널리 알리는 데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지금까지 발전 시켜 왔는데, 오죽하면 농원을 처분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서 대표는 “매출이 10억에서 2억으로 떨어졌는데 체험농원은 법인이고 또 자가 건물이라고 해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2·3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등 집합금지·제한업종은 매출 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전부 줬고, 이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사각지대에 놓인 체험농원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근 농가에서 수확한 농축산물을 사용하는 체험농원 대부분이 방치되고 있었다. 축산 농가가 많은 파주 인근에서 목장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아 운영하는 이성욱 치즈스쿨체험마을 본부장은 “유치원, 초등학생 등 매년 6만명이 이곳에서 치즈 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코로나 이후 체험 자체를 거의 못 열었다”며 “매출도 없어 사실상 휴업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됐거나 숙박업을 하는 농촌체험마을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도 운영이 어려워 방치되긴 마찬가지였다.

연천 푸르내마을은 지역 특산품인 시설오이 수확체험과 생태체험, 농사체험 등 사계절 내내 다양한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말이면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던 이곳도 코로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양갑숙 푸르내마을 사무국장은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되면서 체험이나 숙박 등 여행객이 전혀 없고, 개인가족 문의도 끊어진 상태”라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일자리 창출은 커녕 일하던 직원도 그만두게 됐다”고 전했다. 양평군딸기축제와 연계해 다양한 농촌체험을 진행했던 최용석 양평 질울 고래실마을 위원장도 “농가들의 농산물을 활용해 수확 체험으로 판매되던 게 전부 버려졌다”며 “체험지도나 관리 등을 통해 창출하던 마을 주민들의 농외소득도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체험마을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치악산 국립공원에 위치해 있어 생태숲체험과 산나물축제로 유명한 강원 원주 성황림마을 고계환 대표는 “코로나 이후 체험마을이 방치되고 있다”며 “인터넷이나 전기료, 정수기 등 고정비용이 쌓여가고 있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건 전부 운영비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본 손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체험마을이 버틸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체험농원을 세심하게 살펴 줄 것을 요구했다. 서부건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는 주목받지 못한 곳 중에서 꼭 필요한 곳을 찾아 재난지원금을 줬으면 좋겠다”며 “그냥 주는 게 안 된다고 한다면 최소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이자 유예나 조건 없는 보증이라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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