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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원일기/제4화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10대들의 반란] “뻔한 직업은 싫어”…농업을 통해 꿈 펼치는 청춘들

  • 기사승인 2020.04.08 13:33
  • 신문 3191호(2020.04.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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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40주년 특집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교사, 경찰관, 간호사.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9 고등학생 희망직업 1·2·3위다. 뷰티디자이너, 조리사, 연주가 여러 직업이 희망직업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지만, 어찌된 일인지 ‘농업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진다’거나 ‘자연과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는, 직업인이 가질 수 있는 자긍심을 말하지 않더라도, 논·밭 위로 드론이 날아다니는 이 시대에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직업 아닌가. 이 인기 없는 직업에 자신의 미래를 건 젊은이들이 있다.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를 인생 최대 목표로 삼는 여느 10대들과는 다르다. 어른들이 말하는 뻔한 직업이 아니라 농업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는 ‘10대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농업에 눈을 뜨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농업을 직업으로 삼는 것도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일영 학생 말이다. 6학년 때 전북도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당시 캐나다 메이플시럽 농장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뒤다. 

“그때까지만 해도 농사짓는 일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캐나다 농장을 가보니 규모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가공시설은 물론 수많은 체험객이 농장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 때 처음 ‘나도 이런 농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엄마 일을 도울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뒤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종자과에 진학했다. 학교는 완전 재밌다. 1학년 때 소형건설기계 자격증을 땄고, 실습 위주의 수업도 흥미롭다. 여가 시간엔 친구들과 연주를 한다.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정일영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밴드놀이’라는 서클을 만들었다. ‘밴드’와 ‘사물놀이’를 결합했다는 의미인데, 학생들의 열정에 학교도 악기를 구입해 줬다.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여느 고등학생의 일상이 아니라 농업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습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거기다 동아리 활동도 하니 학교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작년엔 ‘놀이밴드’ 친구들과 전라북도 대표로 농업계 고등학교 경진대회에 나가 공연도 했습니다. 입학 때 친구들을 보면 이 학교에 잘 온 건지 갸우뚱거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농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 같아요.” 

정일영 학생의 목표는 ‘버섯 배지 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버섯 배지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우리나라 버섯 배지로 대체하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버섯 배지가 있다지만, 아직 기술력에서 중국을 못 따라 간다고 한다. 

“당장의 목표는 ‘버섯 종균 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농수산대학 버섯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고요. 중국어도 열심히 배워 중국 버섯 배지 생산 기술을 빨리 따라 잡고 싶습니다.” 


#농고 졸업생, 공무원이 되다

정일영 학생뿐 아니라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등학교에는 농업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김제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등학교로 바뀐 이후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종자산업과 김현석 선생님은 “전체 정원의 10% 정도가 서울이나 광주 등 김제 외 지역에서 온다”며 “학비와 기숙사비 모두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해외연수 등을 통해 선진 농업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로도 각양각색이다. ‘감자 농사를 짓겠다’, ‘귤 농사를 짓겠다’ 품목도 다양하지만, 농업직 공무원이나 종자회사 등 농업 관련 직종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다. 올해 졸업한 김범명 씨도 그런 케이스다. 졸업생 김범명 씨는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 첫 입학생이다. 전북 남원에서 묘목을 기르는 엄마를 보고 자란 터인지 자연스레 농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중학교 선생님이 마이스터고를 추천해 입학하게 됐는데, 와서 보니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농업은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입학은 종자산업과로 했지만 원예도 배우고, 육종도 배우고, 유통이나 마케팅과 같은 특별강연도 들으며 농업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김범명 졸업생은 김제시가 특성화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공무원 특별채용에 합격해 현재 김제시 황산면사무소에 근무 중이다. 지금은 행정업무 적응 차원에서 면사무소 근무를 하고 있지만 몇 년 뒤에는 농업 관련 부서로 근무지를 옮겨 농업직 공무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팜처럼 최첨단 농업을 얘기하는 시대지만, 아직까지 제 또래들은 '농업' 하면 흙 묻히는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커요. 저도 고등학교 진학하기 전까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농업은 첨단 시설에서 작물도 재배하고 기계화로 노동력도 줄여 나가죠. 또 농사뿐 아니라 농업 쪽엔 여러 진로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향해 나아가다

김범명 졸업생 말처럼 꼭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업 관련 직종은 너무 많다. 지난해 한 종자회사에 함께 입사한 김빈·노호빈·이태휘 졸업생도 농사보다는 농업 관련 직업을 선택한 케이스다. 이 졸업생들은 모두 부모님이 농업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에 진학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태휘 졸업생은 농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벌레를 먹기 싫어서요.”라며 웃는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의·식·주 중에 ‘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옷이나 집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을 게 없으면 살 수 없잖아요. 미래엔 식량이 부족해 곤충을 먹어야 한다는 얘길 하는데 최소한 농업 관련 일을 하면 벌레를 안 먹을 수 있잖아요.” 

말은 그래도 농업에 대한 생각은 진지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묻자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김빈 졸업생은 육종가가 꿈이다. “아직은 회사에서 육종 연구보조원으로 활동해요. 앞으로 꿈은 학위를 따고 대학원을 나와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육종가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김빈, 이태휘 졸업생은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벌써 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입학해 수업을 듣고 있다. 

노호빈 졸업생은 후배들에게 학교생활을 맘껏 즐기라고 조언한다. “농업마이스터고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어요. 제 후배들도 열심히 놀고, 배울 땐 즐겁게 배우는 학교생활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농업 분야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 나가는 학생들이지만 학교 현장의 고민도 있다. 농업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타 산업 분야에 비해 학생들의 진로가 넓지 않다는 것이 김현석 선생님의 생각이다.

“전국 51개 마이스터고등학교 중 농업 관련 마이스터고등학교는 7곳입니다. 일반 농업계 고등학교보다는 부모님이나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아무래도 농업이라는 산업기반이 다른 산업보다 약하다보니 졸업생 출구가 넓지 못한 게 아쉬워요. 농업의 외연을 넓힐 수 있도록 다른 산업과의 연계가 활발히 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들에게 묻는다
“저평가된 농업, 사람들에 많이 알리는게 중요”

-어떻게 하면 농촌에 사람이 올까요.
“아직도 농업이라고 하면 삽 들고 농사짓는 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아요. 농업을 배워보니 분야도 다양하고 많은 연구도 필요한데 말이죠. 한마디로 농업이 저평가 돼 있다는 생각이에요. 일단 사람들이 농업에 대해 많이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6차 산업도 좋고, 농촌으로와 즐기면서 농업 현장을 많이 보도록 하는 거죠. 저 역시도 농촌에서 자랐지만 마이스터고를 다니며 농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김빈 졸업생-

-농촌 고령화가 심각한데 어떻게 보세요.
“과거와 달리 요즘 SNS에도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뛰어든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시골에 할머니, 할아버지만 농사짓는 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 서로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 평생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젊은이들과 공유하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겠죠. -정일영 학생-

-수입농산물이 넘치는데 괜찮을까요.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확대되다 보니 농산물 수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같아요. 수입농산물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식량 자급률이 낮아지니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체결된 FTA를 안 지킬 수 없잖아요. 어느 한 쪽만 관세를 낮춰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농산물을 공격적으로 수출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일본을 다녀왔는데 우리나라 김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 농산물을 특화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이면 되지 않을까요.” -김범명 졸업생-

-농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농산물 개방은 많이 이뤄져 있잖아요. 수입은 되지만 우리나라 농업을 더 발전시켜 오히려 수출이 많아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버섯 배지도 수입이 많은데, 오히려 우리나라 버섯 배지를 수출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힘들겠지만 어떤 일이든 참고 견디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부딪히고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일영 학생-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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