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원과 한우사육전공 김호영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김호영 홍천농업고등학교 학생(오른쪽)과 강원 인제군 신월리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며 홍천농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박병선 씨(왼쪽).

“포도집 아들, 좌절했던 아버지의 한우 사육 꿈 함께 키워 가”


소 좋아하는 아버지 사연 접하고
어머니 지지 힘입어 축산인의 길로
차로 한 시간 거리 실습농장 오가며
사료급여 방법부터 하나하나 배워

대학 진학 계획 세우고는 있지만
높아지는 신규 진입 장벽 ‘걱정’
청년농부 맘껏 역량 펼칠 기회 주길

 

“저는 중학생 때 흔히들 말하는 날라리였어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해서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죠. 그때는 꿈도 좋아하는 것도 없었어요. 그냥 하루하루 살았던 것 같아요.”

김호영(19) 홍천농업고등학교 학생은 과거에 좀 노는 아이였다. 키와 덩치가 또래에 비해 커서 무서울 게 없었고, 꿈과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방황을 했다. 하지만 ‘그것’과 처음 만난 이후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것은 소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 지인분의 농장에 우연히 놀러갔다가 소를 마주하니 불현듯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사실 그는 소를 처음 마주한 게 아니었다. 부모님이 홍천에서 포도 농사를 하는 까닭에 태어나보니 포도집 아들이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소를 좋아해 집에서 소 10두 가량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소와 자연스레 접촉하다보니 거부감도 없었고 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가 8살 때 우사에 누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고, 그의 할아버지가 아버지와 상의 없이 소를 처분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참 후에 아버지가 마음속에 묻어놨던 그 때의 속상했던 이야기를 꺼냈고, 못 이뤘던 아버지의 꿈을 함께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어떻게 하면 소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홍천농업고등학교 진학 이야기를 가족에게 꺼냈다. 아버지와 누나들은 예전의 부정적인 농고 이미지만 생각해 입학을 절대적으로 반대를 했고, 유일하게 어머니만 지지를 해줬다.

그는 “그 때 아버지와 누나들은 농고에 가면 나중에 깡패밖에 더 되지 않겠냐고 반대를 했다”면서 “하지만 어머니가 홍천농고에 포도 실습수업을 가르치러 다니면서 학교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아셨고 내 제안에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라고 회상했다.

어머니의 지지에 힘입어 홍천농고에 입학했다. 동물자원과의 한우사육전공을 선택하며 본격적인 축산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현장실습이다. 그는 2학년 때부터 차로 1시간 거리인 인제군 신월리에 위치한 한우농장에서 실습을 했다.

현장실습 첫 해에는 당일치기로 실습을 했지만 3학년 때부터는 주중에는 농장에 머물며 한우 사육실습을 했다. 사료 급여 방법부터 송아지 주사 놓는 법, 배탈 났을 때 대처하는 법 등 기본적인 것부터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 방안까지 배웠다. 유난히 장마가 길었던 이번 여름에는 농장 침수 우려 상황까지 발생했는데 비를 맞으며 열심히 배수로를 팠고, 배수로를 따라 빗물이 흘러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던 추억이 생겼다.

김호영 학생은 “실습농장을 홍천농고 출신 선배가 운영하는 까닭에 동네 형처럼 친근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줘서 좋았다”면서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배우는 사육 지식은 정형화된 게 아니라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최근 고민은 어떻게 하면 수많은 한우 사육 농가 중에서 차별화를 할 것인지 연구하는 것이다. 홍천에는 많은 수의 한우 사육 농가가 존재하는데 똑같이 사육을 해서는 남들과 차별화를 할 수 없다는 게 김호영 학생의 설명이다. 그가 일단 생각한 방안은 부모님의 비상품 포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에게 일정량의 포도 급여 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이곳저곳에서 알아보고 적정 투여량을 찾아보고 있다.

또 다른 고민은 최근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축 사육 환경이다. 김호영 학생에 따르면 점점 가축 사육 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기존에 축사를 가지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 농부들에겐 가축 사육 허가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농고 진학 의사를 밝혔을 때 부모님이 포도밭 일부를 축사로 허가를 받았지만 면적이 작아 고민인 상황이다.

김호영 학생이 실습농장에서 한우에게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김호영 학생은 “요즘에는 축산업에 신규로 진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데 향후 축사를 늘려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면서 “현재 짓고 있는 축사는 50두짜리인데 한우 사육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려면 이정도 규모로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그는 한우 사육에 대한 꿈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의 단기적인 꿈은 한국농수산대를 비롯해 축산 관련 대학교에 입학해 전문적인 사육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사육기술을 배워 점차 사육두수를 늘려나가고 궁극적으로는 한우 사육부터 유통, 식당까지 운영해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현장에서의 배움도 좋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 전문적인 한우 사육기술을 배우고 싶은데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해 걱정이다”면서 “단순히 한우를 사육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사육 규모를 늘려 유통과 식당까지 운영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규모 크지 않아도 알찬 교육과정·풍부한 혜택 자랑

역사와 전통을 지닌 홍천농업고등학교는 1952년에 개교했다. 개교 이후 강원 지역에 우수한 농업 인재를 배출한 홍천농고는 규모는 크진 않지만 알찬 교육과정과 풍부한 재학생 혜택으로 유명하다.

홍천농고는 강원 홍천군 홍천읍에 위치해 있고, 2020년 기준 재학생 238명과 교직원 66명(교원 42명·일반직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재학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실습비와 방화후비 등의 교육비를 비롯해 기숙사, 급식비 또한 전액 지원하고 있다. 또 농촌희망장학금 외 20여종의 다양한 장학금 혜택이 있고, 청년 창업농 육성 기반시설 지원자격 부여와 정부 농업정책 지원 사업 최우선 우대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학과는 크게 원예과와 동물자원과 두 개로 나눠진다. 원예과의 경우 △과수원예 전공과 △채소원예 전공, △화훼원예 전공으로 세분화되고, 동물자원과는 △한우사육 전공, △돼지사육 전공, △가금사육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창업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NCS기반 직업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1학년의 경우 입학 후 전공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고 2학년 때에는 전공을 선택 후 3학년 때에는 실습학년제를 통한 전공심화 과정을 밟는다. 특히 실습학년제의 경우 2·3학년이 680시간 동안 전공 관련 농가에서 직접 현장실습을 함에 따라 직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선도농가의 노하우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2021년도 신입생 모집은 원예과 60명, 동물자원과 20명 등 총 80명이고,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본교 교육행정실에서 원서를 접수받는다. 이후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거쳐 11월 3일에 최종합격자를 선정 후 발표할 계획이다. 문의전화 033-439-3514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교사 인터뷰/고강호 교사

“농업기반 없어도 창업 도전할 수 있게
지원 확대·농업환경 조성에 힘 쏟아야”


“솔직하게 말하면 부모님이 농업기반이 마련돼 있으면 농업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창업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매우 힘들어요. 정부가 농업 기반이 없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 창업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지원과 농업 환경 조성에 더 힘을 쏟아야 해요.”

고강호(46) 홍천농업고등학교 교사는 올해로 교사가 된지 21년차다. 그는 현재 홍천농고 학생들에게 식물자원과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고강호 교사의 가장 큰 걱정은 제자들의 졸업 후 진로다. 수업 이외에도 취업지원부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상담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학생들의 걱정이 곧 자신의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농업에 꿈이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좌절하는 학생들을 많이 목격했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업 관련 창업을 하려해도 금전적인 문제와 부족한 토지 등의 기반이 부족해 다른 일을 찾는 학생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 청년 창업농 육성을 위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과 인원이 한정적인 까닭에 학생들이 졸업 후 선뜻 농업 관련 창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고강호 교사의 설명이다. 실제 홍천농고는 지난해 6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농업 관련 창업을 한 사람은 5명이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고강호 교사는 농업 기반이 없는 학생들이 졸업 후 농업 관련 창업을 할 때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농업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관련 고강호 교사는 “국내 농업 환경은 조성이 안 됐는데 학생들에게 졸업을 하면 농업 관련 창업을 하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농업 기반이 없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 무작정 정부에서 돈을 빌려 창업을 하기엔 위험이 큰데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농업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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