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도하는 로컬푸드…‘농민과는 가족’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생산자와 소비자의 니즈가 맞물려 출범한 순천로컬푸드. 이곳에서도 대단지 주거지 인근에 자리 잡은 2호점 조례호수공원점은 시민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 조례호수공원점에서 소비자 김태희 씨(사진 가운데)와 김 씨의 아이들(아들 김은성, 딸 김주연)이 생산자 이성형 씨(오른쪽)와 순천로컬푸드 박주권 대표이사와 함께 했다.

품위 좋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출하하려는 농가와 맛과 안전성을 두루 갖춘 먹거리를 찾는 시민 요구가 맞물려 출범한 순천로컬푸드(주)는 주주 3분의 2가 시민일 정도로 내로라하는 시민 주도형 로컬푸드로 꼽힌다.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로컬푸드엔 두 개의 지점이 있다. 2016년 농업회사법인 순천로컬푸드(주)가 출범하면서 만들어진 1호점 순천만국가정원점과 2018년 6월 설립된 2호점 조례호수공원점이 그곳. 이 중 2호점 조례호수공원점은 농가와 시민 요구가 맞물려 출범한 순천로컬푸드 기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곳이다. 1호점 순천만국가정원점이 매장명에서도 알 수 있듯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한다면 2호점 조례호수공원점은 인근 대단지 아파트 등 지역 주민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 인근에 자리
접근성 높여 ‘승승장구’
하루 방문객 400~500여명
먹거리 품위·안전성 신뢰

무조건 싼 농산물이 아닌
농산물의 가치 알리기 초점
소농·귀농인 등 판로 단비


◆시민 일상이 된 조례호수공원점
순천로컬푸드 조례호수공원점은 2018년 6월 설립돼 이제 2년 남짓 됐지만 이미 규모는 4년 전 설립된 1호점 순천만국가정원점을 넘어서고 있다. 1호점이 순천을 넘어 국내 주요 관광지인 국가정원점에 설립된 것과 달리 2호점인 조례호수공원점은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등 순천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곳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에 2호점은 시민들이 농식품 구매는 물론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카페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연주회 등의 문화 행사도 열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은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외식보단 가정 소비도 증가하면서 조례호수공원점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것.

박주권 순천로컬푸드 대표이사는 “조례호수공원점은 순천 시민들의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 설립했다. 국가정원점이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 매출이 높은 것과 달리 조례호수공원점은 주말과 주중 매출이 큰 차이가 없다”며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가정용 소비가 늘면서 그 이전보다 매출이 20~30% 신장했다”고 밝혔다.

조례호수공원점의 1일 방문객 수는 400~500명 정도로 꾸준하다. 대부분이 순천시민들로 이들이 지속적으로 조례호수공원점을 찾는 건 어느 곳보다 먹거리 품위와 안전성이 모두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조례호수공원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소비자 김태희 씨는 “아이들을 낳고부터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부쩍 더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주변 산책을 하다 순천로컬푸드를 알게 됐다”며 “직접 구매해 먹어보니 농산물이 참 싱싱했고, 특히 농민분들과 소통하고 궁금한 건 물어보면서 계속 신뢰를 쌓게 됐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도 순천로컬푸드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딸기 농장 체험, 고추장·두부 만들기 체험 등 순천로컬푸드가 여러 체험활동을 전개하며 아이들이 농촌과 가까워질수록 유도하고 있는 것. 여기에 매장 내에서 제철농산물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아이들에겐 값진 교육이 되고 있다. 아이들 반응 역시 좋다.

김태희 씨의 8살 아들 김은성 군은 “저번 두부 과자 만들기 체험에선 직접 맷돌을 돌려보고 떡방아도 처음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신기했다”며 “엄마와 동생과 함께 여기(로컬푸드매장)를 찾는 게 너무 재밌고 설렌다”고 말했다.

김태희 씨는 “조례호수공원점이 생기기 전에는 국가정원점을 이용했는데 2년 전 바로 집 근처에 조례호수공원점이 생겨 너무 좋고, 감사한 마음마저 들고 있다”며 “이제 순천로컬푸드는 저는 물론 우리 가족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순천로컬푸드
순천로컬푸드는 소비자가 주도해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문구와 함께 매장 중심에 걸려 있는 농가 사진 액자처럼 농촌·농민이 중심에 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례로 소비자들에게 ‘이 농산물 가격이 낮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닌 ‘농산물이 왜 이 가격을 받아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순천로컬푸드는 농민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일방적인 할인정책으로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농민의 양심으로 스스로가 정한 가격을 존중하되, 고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란 매대에 걸려 있는 푯말이 이를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농가들의 반응도 좋다. 순천로컬푸드에 출하하려면 관내 농업인이면 되지만, 제초제를 쓰면 안 되는 등 순천로컬푸드 참여 농가 관련 규정이나 교육 이수 등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관내 농업인 누구나 순천로컬푸드로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다. 순천로컬푸드는 특히 소농이나 귀농인 등 상대적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에 ‘단비’가 되고 있다.

출하 농가 이성형 씨는 “시내에서 의류업을 하다 10년 전 귀촌 해 어머니가 짓고 있는 농사를 이어서 하고 있다”며 “이어서 하면서 1년간은 어머니가 하던 데로 농사를 짓다 이후부터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순천로컬푸드라는 안정적인 판로처가 없었다면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생산 농산물의 80% 이상은 로컬푸드 매장으로 출하하고 있다”며 “직접 가격을 매기고 진열하는 것도 농사의 재미를 더해준다”고 덧붙였다.

순천로컬푸드는 1,2호점을 넘어 3호점도 조만간 개장할 계획이다. 1호점이 관광객, 2호점이 기존 시민들에 방점이 찍혔다면 3호점은 순천의 신도시라 할 수 있는 신대지구에 들어선다. 이곳은 1~2인 가구를 비롯해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밀집된 지역으로 이에 초점을 맞춰 3호점이 건립된다.

박주권 대표이사는 “신대지구라는 신도시 특성상 젊은 층이 많아 매장 2층엔 스포츠 문화센터가 들어선다. 매장 구성도 1~2인 가구나 젊은 층에 맞춰 소포장을 활용하는 등 매장 구성품도 기존 매장과 달리할 계획”이라며 “1,2,3호점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 지역 농가와 시민들이 상생하고, 이를 통해 순천 지역 경제의 선순환 체계가 자리 잡힐 수 있도록 순천로컬푸드를 운영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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